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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학원은 어떻게 학부모를 속이는가?" 2 - 선행학습 강매


"학원은 어떻게 학부모를 속이는가?' 1 - 학원의 테스트 편에 대한 초식동물님의 칭찬을 듣고 탄력을 받아 바로 2탄 들어갑니다. 이번 이야기는 학원의 선행학습 강요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터 선행학습이 유행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선행학습은 하나의 흐름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지요. 선행학습이 과연 필요할까요? 또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 얄팍한 교육학 지식으로는 이렇습니다. 각 교과교육학(국,영,수,과,사 등등) 교수와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짭니다.(더 쉽게 말하면 교과서를 만듭니다.) 아이들의 평균적인 발달단계에 따라 지식의 양과 깊이를 결정하지요. 이 사람들은 진짜 전문가입니다.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내용과 순서를 적절하게 교과서로 만듭니다. 대한민국에 특정 교과목 교수님 가운데 선행학습 하라고 하시는 분 보신적 있으세요? 양심있는 건전한 학자는 그런 이야기 결코 하지 않습니다.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거나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결국 다 사교육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죠. 허섭한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평균적인 수준의 아이들의 경우  선행학습은 사실상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선행학습이 생겼을까? 공급자(학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선행학습은 중단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요. 사실상 중등부 학원의 경우 중간/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학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특목고를 준비하는 경우 좀 다르긴 합니다.) 일반적인 학원의 시험 대비 기간을 계산해 보면 일년에 짧게는 4달, 길어봐야 6달에 불과하지요. 실제로 그렇게, 아주 영리하게 학원을 잘 이용하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도 있습니다.(물론 학원은 이런 학생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얄미워 죽습니다. 시험기간을 앞두고 내신 알짜 정보만 받아가고 시험 후에는 등록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어쨋거나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께는 이런 학원 이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적절하게 치고 빠져라!!)

 선행학습에서 학습할 내용을 쏙~쏙~ 흡수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감히 채 3%도 되지 않을거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중2 아이들 가운데 수학 10-가, 10-나를 술술 풀어내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 없거든요. 다들 어려워 합니다. 상식적으로 중2 과정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고1 과정을 할 수 있겠거요. 학원 입장에서는 그래서 선행학습은 장사가 되는 큰 밑천이 되지요. 아이들이 감내해낼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내용에 아이들은 결국 계속해서 힘들어 하니까, 완전하지 않으니까 일년 내내 원생을 홀딩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10-가/나 잘하게 되면 수1, 수2하면 되구요. 그러면 또 한동안 헤메고(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원히 헤매고...) 계속해서 학원 나오게 되구요. 수강료 받을 수 있고요. 학부모에게 계속해서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구요.(학부모 불안감=돈줄)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하루 24시간 뿐입니다. 중위권 학생의 경우(하위권 학생도 포함되구요.)에는 학교에서 나가는 진도(초등학생도 마찬가지 입니다.)의 철저한 예/복습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영/수 과목의 경우 별도의 문제집이나 학습지도 왠만해선 다 하고 있을 테구요. 그것만 충실하게 풀어도 됩니다. 얼마나 많이 푸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내실있게 푸느냐도 중요합니다. 아니 2차방정식도 잘 못하는데 함수가 왠 말입니까? 중학생에게 수능 영어듣기 들려준다고 귀가 뚫릴까요?(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 수준이 수능 수준도 안되는데 뭘 알아 듣겠어요?)

 심지어 요즘에는 국어도 선행을 하더라구요. 2학년 1학기 아이에게 3학년 1학기(혹은 2학년 2학기) 국어 선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어설프게 배워놓은 많은 아이들의 경우 '한번 배운 내용이야~ 나 좀 알거든~'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작 중요한 본 수업에는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설프게 선행을 할 바에 기본기를 다지고 오히려 심화학습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는 사회/과학 과목도 선행을 하더라구요. 사실 여름방학은 길어야 4주입니다. 4주간 한 학기 진도를 어떻게 완성할 수 있겠습니다.(비교적 긴 겨울 방학에 한 학기 진도 해준다는 것은 그나마 용서가 되는 이야기지만...) 학습에 필요한 절대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자녀가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천재는 혼자 둬도 충분히 잘할테구요.) 하지만 학원에서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네!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특별한 아이들에게는요... 하지만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있어 학원 수업의 질은 담보할 수 없을 겁니다.(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선행학습에 치여 아이는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합니다. 학부모님들은 갈등을 하게 되지요?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순간 학원에서 상담전화가 걸려 옵니다. 그리고는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지요. "힘들어 하지만 결국 견뎌내야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 어차피 고등학교 가서도 또 해야하는 내용이에요. 보험이라 생각하고 듣게 하세요. 한번 보다는 두번, 두번 보다는 세번이 낫지 않겠어요?", "이정도 해야 외고 가서도 수준 따라 가요! 어머니~ 다른 아이들도 이정도는 다 합니다."(외고 진학 가능성도 별로 없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조차)  

결국 그런 식으로 학원 좀 다녔다는 친구들은 중등 과정에서 이미 수학 10-가/나, 고교 수준의 영어 수업을 왠만큼 듣고 고교로 직학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게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울/경기권 외고를 희망하는 중학생(그래도 나름 꽤 우수하다는)의 경우 수10-가/나, 수1 정도는 선행학습을 하고 고교로 진학을 하잖아요. 그런데 왜 외고 학생 가운데도 수능 수리영역 1등급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올까요? 저는 이것이 역설적으로 선행학습의 효과를 보여주는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중학교 때 한번 고교 진학을 앞둔 겨울 방학 때 한번, 고교 다니면서 두 번(학교, 학원 각 한 번) 적어도 4번은 들었을텐데 말이죠. 

학원의 무리한 선행학습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은 뭘까요? 주변에서 다 시키니까 불안하시죠? 정~ 불안하시면 3개월 정도 선행만 시켜주세요! 그래야 본 진도 나가면서 복습의 효과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있는 학원들 과연 얼마나 앞선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을까 둘러보세요. 더 많이 시킬수록 더 앞서서 시킬수록 자부심이 대단할 겁니다. 아주 많이 양보해서 7% 이내(외고 학격생의 평균)의 학생이 아니라면 현실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신경써 주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할 겁니다. 아니! 일년 전에 배우고 쌩판 잊고 지내던 것을 일년 후 다시 하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다시 '0'에서 시작이지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지금 하는 것도 잘 못하는데 더 어려운 것 시키면...  아이들 자신감 죽이고... 쓸데없이 학원 배불리는 일은 그만두시는 것이 가정의 경제와 평화, 아이들의 복지에 유익하리라 생각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야 회원님의 글입니다.

*원문: http://cafe.daum.net/no-worry/3jje/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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