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교사등대 뉴스레터⑥] 현장스케치 - ‘웃음+배움+수다=좋은학교’

‘웃음+배움+수다=좋은학교’

- 객원기자 ‘3남매 아빠’ 님

 

선생님은 겸손하게도 자신을 교장실에 근무하는 교사로 소개하셨다. 여전히 수업도 하시고 학부모도 직접 만나며 교단의 고민을 잊지 않은 채 교장직을 수행하시는 듯하다. 역시 대안학교 교장의 거버넌스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다른 강사 분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던지신 교육의 화두도 다가올 미래사회와 직접 맞닿아 있었다.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를 잘 쓰는 인재만이 타인과 자신의 삶을 함께 고민해보고 진솔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기존의 좌뇌 중심 교육이 바뀌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행될 진로학기제 같은 진로 교육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일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 새 세대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학교를 수면실로 착각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수광 선생님은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 대한 자기 통제권과 자기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말씀하셨다. 성적이 좋은 아이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조한혜정 교수의 글에 등장하는 범생이들은 사회적 이슈의 해결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이 비난받을까봐 스스로 고립되고 움츠러든다. 모대학 의대생의 15%가 전혀 동기가 없이 학교를 다닌다는 이야기 역시 충격이었다. 

이렇게 학습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초합리적 바보들이 서로를 착취하는 일상화된 소외를 통해 우리 학교는 삶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이수광 선생님은 교육이 상정하는 인간은 인간적 질감이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하셨다. 여기서 인간은 지,정,의,체를 갖춘  전인적 존재이며 윤리적이고 감정이입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선생님의 학교에도 공부(知)는 잘하지만 나머지 요소의 결핍으로 창백한 아이가 더러 보인다고 하신다. 나도 몇몇 얼굴이 스쳐간다. 

선생님께서는 우선 현재의 학교는 교육적 권태를 넘어서야 한다고 하셨다. 구성원 간의 비신뢰, 교육신념의 반감, 철학적 사유의 소실, 교감의 단절이 학교의 문제라고 진단하셨다. 즐거운 학교, 모두가 주인되는 학교, 교사와 학생 간 관계 긴장이 없는 학교여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좋은 학교에는 웃음, 배움, 수다(소통)가 많다고 하셨다. 모두가 동고동락하며 성장하는 삶의 현장이 곧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OECD 중에 한국 교사가 가장 자기 효능감이 낮다고 하는 통계자료는 충격이었다.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엉뚱한 짓을 하듯이 교사들도 비슷한 감정적 궁지에 몰려있는 것은 아닐까? 내 수업에 대한 주도, 자긍이 없기에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나 관계 맺기가 되지 않고 있다. 지금의 교사에게도 자기통제권과 자기결정권이라는 빛과 소금이 필요한 대목이다. 선생님은 훌륭한 교사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주문하셨다. 그 노력이면 남들이 훌륭한 교사로 기억할 것이라고 하신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질문을 해보았다. 대안학교의 학교장으로서 느끼는 솔직한 고민을 듣고 싶었다. 예상대로 교사들, 학생들, 학부모들이 오늘 선생님의 강의처럼 이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는 않고 있었다. 이우학교에서도 공부에 대한, 대학에 대한, 교직에 대한, 더 나아가 삶과 우주에 대한 철학이 저마다 다른 가보다. 아니 아직 성장 중인가 보다.